서울은 동아시아의 중심에서
매일 수백만 명이 움직이는
세계적인 대도시입니다
이 거대한 서울의 심장부를 연결하는 것은
바로 지하철이죠
하지만 이러한 서울의 지하철을
시민들과 관광객이
한눈에 파악하기에는
그 규모와 복잡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에 1호선을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전역을 연결하는
거대한 교통시스템으로
다만 바쁘게 변화해온
지난 50년의 서울의 모습과는 다르게
서울 지하철 노선도는
1980년부터 쓰이던 형태를 유지한 채로
새로운 노선만 추가하면서
그 사용성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처럼 작은 면적에
이렇게 많은 지하철 노선이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총 23개의 노선과
600여 개의 역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중 서울을 지나는 노선만 18개죠
특히 몇 개의 도를 건너 연결되어 있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드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을 한 면에 배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서 있는 곳과 가야 할 곳이 잘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즉,
길 찾기가 이용자가 바라는
지하철 노선도의 가장 기본적인 사용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어떻게 지하철 노선도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어떻게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읽기 쉽게 읽기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제목이 되었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노선이 많고
경로가 복잡한 만큼 이동을 위한 정보가
직관적으로 제공되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서울 지하철 노선도
개발의 첫 단계는
지하철 이용자들의 멘탈을
멘탈맵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멘탈맵은 쉽게 말해
내가 살고 있는 장소와
지형에 대한 인식으로 그려낸 공간의 지도로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멘탈맵을 형성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서울 안에서 내 위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서울 지하철이 지나가는 곳
바로 한강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서울 지하철 노선도에는
서울의 개성을 나타내면서도
지리적 인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강이
노선도의 중심점으로 표현되어야 했습니다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복잡한 서울 지하철의 노선들이
한 번에 배치된 전체 노선도였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좁은 면적에
상당히 많은 노선과 역이 교차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전체 노선도를 보고
현재 위치와 목적을 또는 노선과 후선 자체를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전체 노선도의 수평과 수직,
45도의 대각선만을 허용하는 팔선형을 적용했습니다
팔선형은 헨리 백이 1933년 런던 지하철을 개발할 당시에
처음 적용한 선형으로,
지하철 노선을 가장 단순한 선의 계적으로
연결함과 동시에
이용자가 노선을 따라
이동 경로를 읽는 것에
가장 유용한 표현 방법입니다
실제로 새롭게 제작된 선형은
전체 노선도 시안을 대상으로
아이트래킹 실험을 진행했을 때
팔선형으로 제작된 전체 노선도가
길찾기에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전체 노선도의
가장 기본적인 선형이 정해진 후에는
노선도에 표현할 정보에 대한
많은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전체 노선도를 언제 보지?
가장 먼저 눈에 보여야 하는 정보는 뭘까?
이용자에게 길찾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을까?
새로운 전체 노선도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사람은 누굴까?
이러한 질문들은 곧 노선도를 사용하는
다양한 이용자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하철 이용자가 노선도를 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원하는 장소를 가기 위해
어떤 노선의 어느 역에서 환승해야 하는지
그리고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인지이죠
이처럼 일련의 길 찾기 과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선의 색상,
정차역과 환승역의 표기방식,
사용 목적에 따른 시각 정보를 점검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이용자가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바로 환승입니다
기존의 환승역은 단순히 굵은 검은 테두리의 원형이나
태극문이를 사용해
해당역이 환승이 가능한 역인지
정도만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환승이 가능한 노선을 알기 위해서는
다시 주변의 노선을 보고
구분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노선의 색상체계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기존의 서울 지하철 노선도는
노선의 색상에 대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노선이 신설될 때
이전의 노선 컬러와 구분할 수 있는지
정도의 고려만 존재했을 뿐이죠
따라서 저희는 색약자나 시각약자,
고령자 등 다양한 이용자들이
쉽게 노선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기존 지하철 노선도의 색상 체계의 채도와 명도를 재조정했습니다
환승 가능한 노선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노선 종류별로 선 굵기와 선 종류를 구분하고
개선된 노선 컬러를 나열한 신호등 형태의 환승 표기를 적용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양한 이용자가 읽기 쉬운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드렸죠
21세기 교통약자의 범위는 기존과 달리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기존의 몸이 불편한 노약자뿐만 아니라
색약자와 같은 시각약자와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약자까지 포함되었죠
또 서울의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남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노선과 환승역의 표현 방법을 개선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 안에서 원하는 역을 찾는 일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죠
이때 효과적인 정보가 바로 역번호입니다
숫자는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도쿄와 같이
복잡한 지하철 시스템을 가진 도시들은
역번호를 사용하고
사실 우리나라도 이미 역번호가 적용이 되어 있지만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역마다 번호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말레이어,
러시아어 전체 노선도에 역번호를 적용해
외국인 관광객의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이렇게 전체 노선도에 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가며
새로운 서울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노선도에
디자인이 완성된 후에
다음으로는 단일 노선도의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지하철은 기본적으로 양방면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고
이용자가 가고자 하는 방면에 따라 승차하는 장소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용자는 승차 전에
열차의 방면과 탑승 위치를 확인할 때
이 단일 노선도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현재 단일 노선도는 열차 내에 부착하는
가로형과 승강장에 부착하는 세로형이 있었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로의 단일 노선도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
정보 위계를 설정하는 것은
프로젝트 속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단일 노선도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지하철을 타기 위한
이용자의 여정입니다
그 중 세로형 단일 노선도는
사용자가 승강장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단일 노선도로 이를 통해
플랫폼으로 향하는 방향을 결정합니다
다음으로 마주하는 노선도가
가로형과 정방형 단일 노선도인데
두 가지 형태 모두 차량의 이동 방면을 확인할 때 사용됩니다
따라서 세로형 단일 노선도는
이용자가 지하철 역사 안에서
이동하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재역과 방면의 정보를 중심으로
가로형 단일 노선도는
이용자의 열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노선의 선형과 정차 영역이
먼저 보이도록
정보 위계를 구분했습니다 다만,
기존의 단일 노선도는
이용자의 이동 방면을 확인할 때 사용됩니다
단일 노선도는 모두 기학적 선형을 노선도에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형태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방식이지만
전체 노선도처럼 이용자의 멘탈 맵을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가 서울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지형의 특징을 반영한
전체 노선도의 구조를
단일 노선도에 적합하게 적용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강과 서울 경계는
전체 노선도에서 길 찾기를 돕거나
전체적인 멘탈맵을 형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각 정보였다면
단일 노선도에서는 이동 방면과 정차역,
환승역의 정보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간소화된 아이콘으로 적용해
사용자가 필요시에 한강 위치와 서울 경계를 확인해서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다만,
정방형의 노선도의 경우
8선형의 전체 노선도와 함께 부착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정보 전달에 용이한 기하학적 노선도의 형태로 설계해서
정보적 시너지를 도모했습니다
또한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자주 확인하게 되는
단일 노선도의 특징을 살려
서울의 개성과 특색을 자주 마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서울서체를 적용했습니다
새로운 서울서체는 기존 서울서체에 비해
가독성과 판독성이 높은 명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한 기능적인 서체입니다
따라서 지하철 이용자에게
자주 노출되는 단일 노선도에
더욱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보다 다양한 지하철 이용자가
다양한 노선도에서
서울을 가득 느낄 수 있도록
전체 노선도와 다양한 편의시설 노선도
유형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사실 본 프로젝트를 기획한 저희 TF팀 내에서도
40년 동안 유지해온
기존 지하철 노선도에 익숙한 서울 시민분들께서
많은 변화를 담은
새로운 서울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을 받아들이기에
다소 어렵지 않을지 하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선도 디자인이 발표된 후
여러 긍정적인 시민분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예전엔 여러 노선이 좀 촘촘하게 섞여 있었던 느낌인 것 같아요
저는 2호선에서 주로 환승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중심이 되는 노선이 하나 있으니까
환승력을 찾는 게 좀 더 빨라진 것 같아요
새롭게 바뀐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런던이나 파리의 지하철 노선도가 생각나는 것 같고
해외의 지하철 노선도 같아 보여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이러한 서울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목소리에 힘입어
이번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개발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2024 공공디자인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해외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어워드에서도 당당히 입상하였습니다
저희는 서울 지하철 노선도의 저 노선도 디자인을
단순히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서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지하철은 하루에 8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시민의 발이자
우리 삶 속에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로서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전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도시로서 높아진 서울의 위상에 발맞춰
40년 만에 새롭게 바뀐
서울 지하철 노선도는
서울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제고하고 읽기
쉬운 서울로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