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1<김영철의 동네한바퀴> 100회 - 서울미래유산
(영상자막)
22화 <서울 광화문>
안녕하세요
네, 수고하세요
(영상자막)
28화 <대구 칠성동>
(영상자막)
45화 <김포시>
뚜벅뚜벅 참 많이 다녔습니다
(영상자막)
4화 <성남 태평동>
한 칸씩 정직하게 앞으로 가는 태엽시계처럼
(영상자막)
5화 <서울 삼양동>
한 걸음씩 걷다 보니 동네 한 바퀴가 어느새 백 바퀴입니다
(영상자막)
<서울 계동>
세탁! 세탁!
(영상자막)
6화 <서울 행촌동>
8개 남았습니다
(영상자막)
1화 <서울 망원동>
주문 말씀하시죠
식당 하세요 이렇게 많이 하세요
(영상자막)
3화 <서울 불광동>
안 해본 일이 없네요
처음 돌았던 그 동네나 99번째 돌았던 동네나
또 오늘 돌 100번째 동네나
다 저한테는 똑같고 소중한 동네였던 것 같아요
동네 골목 저 끝에는 보고 싶은 어머니 아버지가 계시고
그리운 친구들이 있고 오래된 골목, 집이 있고
(영상자막)장현성 배우
안녕하세요 배우 장현성입니다
동네 한바퀴 프로그램이 벌써 100회가 됐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사실 이 동네라는 공간이 모든 사람에게
좀 아련한 그리움의 공간이고
또 미소를 짓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공간 아니겠습니까?
(영상자막)김구라 방송인
제가 사실 이런 표현들 예전에 어떤 분들이 하면 아유 상투적이다 이랬는데
동네 한바퀴 보면 이렇게 잔잔하면서
그래서 이제 어르신들 얘기도 나오고
또 맛집도 나오고 동네에 또 좋은 풍광도 나오고
그래서 그러면서 제가 이제 그거 보면서
많이 좀 이렇게 뭐랄까 위안을 좀 받았어요
(영상자막)강부자 배우
호화롭지 않고 보통 우리네 살림살이 보통 사람들의 그 얘기
김영철 씨의 발길 따라서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하는 얘기가
아주 그냥 어떤 때는 가슴이 찡하고
어떤 때는 그냥 목이 울컥하고
하여튼 그런 애환이 담긴 그런
(영상자막)알베르토 몬디 방송인
저는 동네 한 바퀴를 시청하면서 그동안 제가 살아가는 도시 서울을 다시 보고
재발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영상자막)태민 가수
따뜻한 집밥이 그리울 때 그리고 어릴 적 뛰어놀던 동네가 그리울 때
동네 한 바퀴를 보면 그 마음이 가득 채워질 거라고 믿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동네를 돌면서 길은 땅 위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마음에도 길이 있다는 걸 말이죠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어서 내일이 있는 것처럼
여러분과 같이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슬픔과 기쁨을 나누면서
오래도록 꿋꿋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저의 100번째 여정은 앞으로 변함없이 이어갈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한 도시 서울 서울 서울
서울입니다
(영상자막)
제100화
이어가다
백 년의 기억
- 서울 도성 안
(영상자막)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에
출연자의 협의 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촬영하였습니다
(영상자막)
내레이션 김영철
어딘가 좀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길을 만났습니다
꼬불꼬불 달팽이 길이네요
달팽이처럼 돌돌 말린 길을 지나면 나오는 언덕배기 동네
아이고 힘드시겠다
집을 한 채로 들고 있네
보기만 해도 힘이 불끈 솟는 벽화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살고 있을까요?
오래된 층계네
세월의 이끼를 밟고 좁은 골목을 지나다가
걸음을 딱 멈추게 만드는 풍경을 만났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지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부침개 하고 계시네
안녕하세요
오늘 무슨 날이세요?
아니요
동네에서 하는 거예요
비 오는 날에 부침개는 항상 최고죠
아이고 고맙습니다
이웃끼리 모이는데 무슨 핑계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오늘은 더 맛있네요
이 동네에서는 꽤 오래 사셨죠?
그렇죠
(영상자막)조옥선 68세
제가 24살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이 길을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고향은 어디세요?
대구요
대구요? 저도 대구입니다
여기 다 경상도 사람이에요
근데 어떻게 경상도 분들이 이 동네에 이렇게 많으신가요?
자리 잡다 보니까 그렇습니다
(영상자막)김정자 78세
우리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서울에 사니까
딸이 참 잘 사는 줄 알았는데
계단을 해서 올라오니까 집에 와서 딱 앉으시더니
이야 서울도 이런 동네가 있냐
(영상자막)강두석 86세
여기가 높아서 가난해도 좋은 동네예요
왜냐면 석양이 빛이 있어서 전망이 좋잖아요
여기 보면 종로구 중앙선이 다 보여요
성안이 다 보이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완전히 성 밖으로 틀리잖아요 자부심이 있잖아요
집 내부 구경을 좀 하겠습니다
다 못 들어가실 것 같은데
원래 방이었군요
근데 이렇게 개조를 하셨구나
가족 사진이시네
여기가 큰 아들, 작은 아들, 막내들 삼형제 삼형제의 딸, 손녀
삼형제의 딸 하나 두셨네
아주 다복하게 두셨네
아버님 닮아서 그런지 남자답게 다 잘생겼네요
아들 셋 딸 하나를 복닥복닥 키워낸 스위트홈입니다
오래된 층계를 올라가네요
이야, 방이 훌륭하네
자랄 때는 2층 서로 차지하려고 좀 다퉜겠네요
와, 진짜 이 창밖에 아주 기가 막히네
바람이
와 아주 한눈에 다 내리다 보이네 확 튀어가지고
남산도 보이고 북악산도 보이고
그래서 다 내 아래에 있네
나보다 높은 사람 나와봐
서울 낙산 성가가를 어깨를 기대고 있는 낙산 국민주택단지는
(영상자막)
낙산 국민주택단지
서울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1958~1959년 지어진 서민주택
1세대당 주거전용면적 총 43m²
가난했던 시절 서민들에겐 꿈의 주택이었답니다
보존하고 이어갈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여기서 한 50년 넘게 살았어요
저는 30년 살았어요
저는 한 45년 살았어요
저희는 부부니까 똑같이 살았습니다
난 50년 살았어요
저도요
저도 50년
(영상자막)조옥선 국민주택단지 주민
꼭대기잖아요 저녁에 딱 퇴근하고
저 동대문에서 우를 쳐다보면 깜깜해요
저기를 언제 올라가나 싶게 정말 눈물 날 정도로요
저기를 언제 올라가지 했는데
그래도 이제 오로 내리다 보니까 이 골목 돌았으면
뭐 가게가 있었지? 이 골목 돌았으면 누구 집이 있었지?
이제 살다 보니까 여기가 내 고향 같은 기분이 드는 거 있죠
(영상자막)이주애 국민주택단지 주민
서로 뭐 하면 와서 먹으라고 가서 먹고 오라고 하고 얼마나 좋아요
그런 서울 시내가 그런 데가 어디 있어요
3년만 살고 이사 간다는 게 60년을 이렇게 살았던 게 55년 이렇게 살았다니까요
3년 기약을 반백년 붙박이로 만든 사연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저거 손이에요
잘 담가 놓고
깍두기 버무리듯 인정을 버무리며
맛깔나게 살아온 이웃들이 웬수였네요
괜찮다 먹어 봐
좀 더 넣어?
안 넣어도 되지?
어이구, 이게 뭐야?
동치미
동치미?
동치미 동치미
어이구,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어이구, 세상에 맛있게 삭았다
벌써 익었다
잘 삭았어 맛있게 먹을게 어이구, 세상에
동치미는 많이 담았네
맛있다
맛있어요? 형님?
자, 동치미 왔으니 깍두기 갑니다
뭐 더 보탤 거 없나 온 집안 다 뒤져서
바리바리 싸주는 게 이 동네 사람들의 미덕이랍니다
아이고, 이왕 가져가는 거다
가져가는 거 다 가져가야 돼
늙은 호박도 오늘 임자 만났습니다
이런 횡재가 어디 있어
동네 분들에게 행복이란 뭘까요?
나에게 행복이란? 서로 돕고 사는 것이 행복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아들, 딸 잘 사는 것이 행복이다
왜?
나에게 행복이란 오래 사귄 이웃과 만나는 것이 행복이다
먹고 살기가 바빠서 이 동네 터를 잡았는데 비해서
우리 애들도 있지 그나마 집도 하나 샀지
내가 너무 많은 걸 얻은 거야 이 동네 와가지고요
부자가 된 거예요 내가 마음이 그래서 이 동네가 좋아요
똑같은 지붕 아래 닮은 마음들이 사는 동네 정스런 그 마음들이야말로
따뜻히 이어가야 할 동네 유산이 아닐까요?
꽃을 든 남자
어울리나요?
동네 한 바퀴 100일 기념 꽃 편지
아이고, 예쁘다 이렇게 하니까
배달 왔습니다
혹시 우체통에 말없이 들어있던 꽃 발견하고
웬꽃이야 하셨다면
네, 접니다
그 동네 그 골목을 지키고 빛내 주시는 모든 분께 전하고 싶은 제 마음
그렇게 수줍게 두고 왔습니다
행복의 크기는 집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또 한 번 배우고 갑니다
이 성곽길은 여러 번 걸은 것 같은데
오늘은 운치가 좀 다르네요
동네 한 바퀴 백 회라고
이렇게 하늘에서도 축하를 해주네요
(영상자막)
서울 100년 기상관측소
비에 젖은 단풍잎 즈려 밟고
제가 찾아간 곳은 서울의 100년 명소
기상청
옛터 이 기상청 옛터라는 거 보니까
서울 날씨를 관측해온 기상청이었네요
여기가 이야, 정말 오래된 건물이네
한 자리에서 100년 서울의 굳은 날과
맑은 날을 다 지켜본 기상관측소는
이제 도시의 역사가 됐습니다
예부터 날씨는 왕이 백성을 위해 돌봐야 할 중요한 일이었죠
그 역사를 이어받은 기상관측소는 서울의 하늘 이야기를 기억하며 박물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야, 이게 참 오래된 기록이 다 있네요
가을 8월에 큰 물이 나서 산이 20여 군데 무너졌다
서기 48년
저 때 참 고생들 하셨겠구나
여름 4월에 서리가 내려 보리를 상하게 하였다
여름 4월에 서리가 내렸으면 농작물들 다 죽었겠네
큰 일이 났을 때를 이렇게 다 기록을 해놨네요
그런 기근과 또 여러 가지 역병의 기근의 여름 소리에 참 곡절도 많았네요
날씨라는 게 하늘의 이야기라
그저 주는 대로 듣고 견딜 수밖에 없었겠죠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여기 구경 오셨어요?
(영상자막)남기현 78세
제가 기상청에서 33년간 근무했습니다
여기서요? 나는 아침부터 관람객이 계시구나 했어요
조용할 때 와서 보는 게 좋습니다
이 박물관이 남다르시겠네요
그렇죠
20대에 들어와서 한갑이 되면서 나왔죠
그때는 한 축소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 당시에는 아 일기예보 그건 중앙방송국이 하지 이랬던 시절인데
어느 날 신문을 보니 기상직 공무원을 채용한다는 게 공고가 났어요
야 이거 좀 신기하다 재미있겠다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된 겁니다
20대에 들어와 청춘을 다 바친 평생 직전
무슨 미련이 아직 남았는지 요즘도 그는 이 관측탑을 종종 찾는답니다
여기가 관측실 내부였어요
이곳에서도 근무하셨네요, 이 방에서도
옛날 동료들 생각도 많이 나시고 그렇죠?
기억이 다 나시겠다
책상이 어디 있었고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은 여전히 현역이랍니다
(영상자막)남기현 前 기상관측 요원
은퇴는 했지만 지금도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면 안절부절못하고
올해도 태풍이 두세 개 올라가면서
큰 영향을 안 주고 통과해서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또 기상청 예보가 안 맞아서 피해가 적은 것도 지적 대상이 되더라고요
일하는 순간순간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는 또 흐린 날이 됐고
그래서 인생은 늘 흐렸다
맑았다 하듯이 막 큰 청이라고까지는 안 하겠습니다
맑은 날이었다 맑은 날이었다
인생도 예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굳은 날 흐린 날도 있었지만
그가 기억하는 인생 날씨는
대체로 맑은 그 기억에 행복합니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면 주변 전체가 보여요
관측탑 꼭대기로 올라가 봅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이네요
참깨 말로 옛 서울시 중심부는 다 보이고, 강남산이 있고
여기가 아까 제가 말씀을 드렸던 관측로장입니다
이게 백년의 관측로장,
서울도 1번지
서울의 백년을 기록해온 관측
장비들은 여전히 그 뜻을 지키며
도시의 하늘과 바람과 햇빛을 기억 창고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름드리 단풍나무 한 그루가 발길을 붙드네요
아 참 빨간 단풍잎 밟기가 미안하네요 너무 예뻐서
계절 관측 표준목
이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면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걸 알았답니다
지상관측소에서 계절을 알리는 중요한 기준이 나무였다니
신선하고 지혜롭죠
우리 인생의 계절은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도 이 나무는 왠지 알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가을비 우산 속 김영철 서울의 궁궐 옆 동네로 또 발길을 옮겨봅니다
(영상자막)
궁중떡집
가을비 우산 속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집이 있네요
이야, 떡이 참 예쁘다
여기가 경복궁 바로 옆이라 이렇게 떡집이 있네요
비도 피해갈 겸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에잉? 그런데 떡이 안 보입니다
다 팔렸나?
그런데 떡을 판매하는 집 같은데 이거는 전시형이죠?
밑에는 모형이고, 저희는 주문 포장 위주라서 지금 떡은 다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로 들어가요?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간판도 없이 주문 판매만 한다는데
마침 떡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막 불쑥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세요?
네 저희 어머니, 아버지
온 가족이 다 아시는구나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버님 왜 떡 주문만 받으세요?
(영상자막)안인철 떡집 운영
그 전에 이 가정집에서 했었어요
아시는 분들만 찾아오셨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안 했었어요 주문만 받고
만드는 떡이 참 저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이게 무슨 떡인가요?
쌍개피떡이라고 그러는데요
다른 데서는 하는 데 없을 거 같아요
근데 이제 할머니가 궁에 계시는 분
한희정 상궁에 있어요
제가 왕을 여러 번 했거든요
그런데 나한테는 이걸 안 주던데
이거 어렵게 만드신 건데 아버님 하나 먹겠습니다
맛 좀 보고 싶어서
제가 왕 할 때도 못 먹어본 쌍개피떡
이제야 먹게 됐네요
진짜 살살 녹네
이렇게 떡을 먹다 보면 입에 쩍쩍 붙는데
이 떡은 안 붙어
입 안에서만 따로 놀아 맛은 맛대로 내면서
(영상자막)안상민 궁중떡 3대
그게 이제 노하우죠 이 떡의 매력이에요
아 그렇구나
비법은 구중궁궐에서 나왔답니다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 음식 기능 보유자
한의순 상궁의 궁중떡 비법을 이어받은 홍갓난 할머니가
1949년에 처음 떡집 문을 열었죠
명가의 비법 하나 살짝 볼까요?
이 노란 덩어리의 정체는 밀랍
밀랍이 잠길 만큼 참기름을 붓고 끓입니다
그리고 밀랍이 다 녹으면 그걸 다시 굳힙니다
(영상자막)안상민 궁중떡 3대
할머니 때부터 이렇게 해오던 방식인데요
이걸 떡에 바르면 더 고소하고 이에 붙지 않아서 더 좋고요
예전에는 임금님들이나 대신들은 떡이 이제 이에 붙으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굳힌 밀랍기름을 손에 발라 밀대를 문질러주고
도마도 반질반질 칠을 해줍니다
그리고 반죽을 밀면 늘어붙지 않는 쫄깃한 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 쑥떡과 흰 떡 두 가지를 이어서 쌍떡이구나
보기도 참 좋네요
(영상자막)안인철 궁중떡 2대
명절 때는 며칠을 5일이고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요
그때 당시에는 3일 만에 밤을 꼬박 샜는데
그때는 밥 먹다가 저녁 먹다가 쓰러져서 기절했는 줄 알고
주위에서 난리 났었어요, 한 번은 그런데 졸려서 쓰러진 건데
떡은 아버지가 그렇게 고단하게 지켜온 가족의 자부심입니다
귀한 재료들이 범벅으로 들어가는 두텁떡은
이 집의 대표주자 중 하나라는데요
왕의 탄생일에 꼭 빚어올렸다는 두텁떡
유자에서 견과류까지
각 지역의 진상품으로 속을 꽉 채웠답니다
빚는 과정도 예사롭지가 않네요
콩고물 이불 속 떡 찾기, 꼭 무슨 보물찾기 같죠?
아, 찰지고 속이 꽉 찬 게 맛은 뭐 보나마나겠는데요
벌써 떡을 여기 오는데
향이 다르네
호두 잣이 씹히는 도독도독 씹히는 맛도 있고
70년 전 역사를 가진 떡을
가족들이 이렇게 다 같이 하시니까
보기도 좋고
더 맛이 진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때부터 쭉 하던 궁중떡을
제가 이어서 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손님들이 오셔서 맛있다고 해주시고
오래오래 찾아주시니까 그 힘으로 떡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네, 그 자부심 오래오래 간직해주세요
동네는 넓고 맛있는 건 많다
영철 생각
지난 동네 99바퀴를 돌아보면
맛있는 기억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골목길에 만둣집이 있나 봐
만둣국이라고 해서 만둣국집이 있는 것 같은데
막다른 골목 끝에 꼭꼭 숨어있던 만두집
헤매다 헤매다 기어이 찾아냈던 생각도 나네요
아 진짜 맛있어
아 만두국 정말 맛있었는데
(영상자막)강부자 배우
김영철 씨의 매력이 또 그렇게 먹는 모습이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어
참 잘 먹어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그 아무도 몰랐던
그런 구석구석을 다니는 게 어머 저런 데가 있었구나
그걸 보면 그 방송됐던 곳을 다 가보고 싶어요
다 찾아가 보고 싶어요
그분 임상배신가? 임상배 사장님 이름이 임상배 같아
내 기억에
목포에 술빵 만드는 집
그건 너무너무 맛있어요 그 술빵은
지난번에 한 세 자매가 그 식당도 있었어요
그리고 김치마을에 한상란 씨예요
6년 묵은 갓김치가 나오는데
어머 저거 갓김치네 어머 저거 묵은 김치네
만리동에 콩나물 비빔밥집
그 어머니 아주 그냥 누룽지를 이만큼을 싸주시면서
이거 가져가서 먹으라고 근데 그냥 그 모습이
김영철 씨도 그 어머니를 헤어지면서 서로
그 모습이 참 그래서
아 만리동에 가서 콩나물 비빔밥집 한번 꼭 가봐야 되겠다
이러고 하여튼 뭐 가보고 싶은 집이 한두 집이 아니에요
다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내가 아 저거 김영철 씨가 하지 않고 내가 했어야 되는데
내가 저 프로를 했어야 되는데
지금이라도 내가...
김영철 선생님이 긴장해야 될 것 같은데
긴장을 좀 하셔야지?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과 기억이
그 집들에 있었죠
어린 시절 우리들의 소울푸드
떡볶이와 도넛 향기가 가득한 골목을 지나면
길모퉁이 집에서는 오래된 구수한 밤냄새가
지친 마음을 든든히 채워주었습니다
뜨시고 배부르고
동네는 우리를 힘나게 하는
어머니의 부엌이었습니다
(영상자막)
칼국수
오늘은 어떤 맛과 기억을 찾아갈까
슬슬 고민이 시작됐는데요
바람이 아주 세네요
비 오는 날 잘 어울리는 음식 아시죠?
배가 출출한데요
사실 저는 아침도 못 먹었습니다
여기서 칼국수 한 사발 먹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출입구인가요?
식사하셨어요?
지금 먹고 나왔어요
오래된 집인가요?
네 네
맛있어요?
네!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네 네 감사합니다
뭐 백문이 부려 일식이죠 안녕하세요
아니 출입문이 작아서 이쪽에 또 문이 있나 그랬어요
(영상자막)박명순 칼국숫집 운영
가정집으로도 사용하고 한쪽은 연탄 가게로 쓰고
어디로 들어갈까요?
의자는는 아래층밖에 없어요
아래층이요? 아래층도 있군요
지하 방공호처럼
이렇게 또 아래로 들어가게 돼 있네
손잡이가 반들반들 닳고 닳은 계단을 내려가면
방공호 같은 지하 공간이 나옵니다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국숫집의 연륜은 단골들이 보여주죠
보기에 딱 안동국시인데요
저는 아무래도 전생에 국숫집 사장이었나 봅니다
왜 이렇게 국수가 좋은지요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지만
재료와 정성은 남부럽지 않게 들어가네요
사골과 양지를 푹푹 고아낸 육수에 직접 치대서
굵지도 가늘지도 않게 민 손국수를 넣고
한소끔 후루룩 익혀지면 끝
면발의 굵기에도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영상자막)박명순 칼국숫집 운영
우리 집은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오시잖아요
아무것도 못 넘어가는데 정말 그 칼국수가 먹고 싶어서
그 칼국수를 먹으면 넘어갈 것 같아서 오시는 분들
이게 너무 낡고 노후 되고 그러는데 정말 고향같이 편안하다고 여기 오면
대학로 젊은 단골들을 위해서 개발한 메뉴도 있습니다
바로 대구튀김인데요
두툼한 대구살에 튀김옷 입혀서 바삭하게 튀겨냅니다
칼국수와 곁들이면 금상첨화랍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니요, 괜찮습니다
튀김을 이렇게 고봉으로 주셔?
원래 이렇게 주셔요?
이게 소짜예요
와 맛있겠다 칼국수 면이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면이 좀 가늘어요
그러네요
소면처럼
정말 씹을 새도 없이 후루룩 넘어가네요
음 집에서 끓여주시는 칼국수처럼 구수하니 아주 맛있네요
바쁘다 이거 먹으랴 저거 먹으랴
젊은이들 입맛에 맞춰 내놓은 대구튀김도 인기가 좋답니다
아이들도 잘 먹고요 전혀 비리지 않으니까
좋네요
청춘에 들렀다가
은발이 되어서도 찾아올 누군가에게
옛 기억을 파는 국수집
참 평범하고 소박한 한 끼 덕분에 오늘도 든든합니다
오셔서 또 맛있다고 드시는 거 보면 우리도 행복해지고
편안하게 드시고 갈 수 있는 그런 장소로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칼국수 한 그릇의 행복한 기억을 오래도록
이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영상자막)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에 촬영하였으며
출연자와 협의 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촬영하였습니다
서울의 낭만 동네 대학로입니다
대학로에는 붉은 벽돌 집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붉은 벽돌, 붉은 벽돌 다
(영상자막)대학로 다방
젊은 시절
저도 이 동네 참 많이 왔다 갔다 했는데요
참 오래된 다방이죠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을 했구나
차 한잔하고 가겠습니다
지금 보시면서 야, 저기 그대로네
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참 이 벽과 또 이 계단
와 참 정감 있는 계단이네요
이 삐걱대는 나무 계단은
얼마나 많은 청춘들의 인생사를 기억할까요?
안녕하세요
자리가 비어있네요
참 이상하죠
마치 엊그제 왔다 간 것처럼
저도 기억이 또렷해집니다
오랜만입니다
이 다방에 오면 항상 옛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요
이 앞에 이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그 전과 지금이나 똑같이
제가 왔을 때는 이 정도 굵기였는데
(영상자막)이충열 다방 운영
지금은 저렇게 아름드리가 됐어요
30년이 지났으니까요
창밖에 어린 플라타너스가 아름드리 거목으로 자라도록
이 다방을 지켜온 사람
그가 지킨 건 그냥 다방이 아니라
그 속에 있던 기억들이겠죠
대학로 청춘들이 사랑한 이 집의 낭만 메뉴
진한 커피에 달달한 생크림을 소복히 얹은
비엔나 커피입니다
음 70년의 역사를 먹고 있네
한 모금의 추위가 녹고 한 모금의 걱정이 녹는
추억의 맛이죠
이곳의 역사입니다
사장님이 꼭꼭 숨겨둔 이 집의 진짜 보물을 보여주셨는데요
그동안 다방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입니다
푸르던 꿈들과 뜨겁던 사랑이 머물렀던 청춘의 아지트
기억은 간직하는 이의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16년째 되는 날 고국에 가서
추억을 더듬었으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많이 옛 모습 보여 얼마나 기뻤는지
이곳은 역사도 역사지만
많은 분들의 추억이 쌓여있는 그런 장소예요
그래서 더 좀 귀한 곳인 것 같아요
동네엔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만나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아서 아름답고
기억이 이어져 더 빛나는 동네의 보물창고
추억부자 사장님이 세상 제일 향기로운 커피를 내려주는 곳
(영상자막)서울미래유산
가치 있는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로 지정
그 모습 그 향기 그대로 지키고 이어가고 싶은 서울의 유산입니다
1980년대 모든 카페의 커피가 인스턴트였거든요
미국에서 최고로 맛있는 커피점이 들어왔으니
이제 국내 커피점은 다 망했다
그렇지만 저는 여기에서 원두커피를 하고 있었거든요
변화할 부분들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거든요
그게 이곳이 살아남을 수 있고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인데
아직도 변화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변하고
변해야 할 것들이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는 오래도록 이 자리에서
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기록했습니다
세월이 변하면서의 그런 풍경들 사람도 변하고
세대도 변하는 모습을 한 장소에서
계속 지켜볼 수 있었다는 건 참 의미있는 것 같아요
아픈 기억도 많았습니다
(영상자막)Photo by 이충열
되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잊을 수도 없는 날들
빗물에 먼지 씻기듯
얼룩이 지워지고
상처가 아물면서
도시는 그 위에 또 새로운 역사를 쌓아가겠죠
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있어줘서 참 고맙습니다
(영상자막)
단팥죽
재밌다! 둘째로 잘하는 집
그냥 갈 수 없겠는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고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어느 분이 사장님이세요?
어머니가요
아, 어머님이시고
왕사장님
근데 왜 둘째로 잘하는 집이에요, 간판이?
(영상자막)가광위 단팥죽집 2대
등수랑 관계없이 열심히 내 갈 길 가겠다는 뜻이에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저 단팥죽이 맛있어요?
네
여기 자주 오셔요?
여기저기 단팥죽 먹어봐도요
여기처럼 이렇게 맛있는 거는 못 만나요
떡이 있나 봐요, 가운데?
네 이게 애기 주먹만한 떡이 여기 하나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아주 요기로도 충분해요
그런데 단맛이 어떻게 이런 단맛을 내시는지
정말 놀라워요
와...
단골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단팥죽
어떻게 만드나 좀 볼까요?
팥죽에 곰용으로 들어가는 떡부터
방아찧어서 직접 만드는데요
모자가 마주 앉아 그날그날 쓸 만큼만 빚어냅니다
보통 새알심과 달리 둥글 납작한 게
아주 두툼하고 큼직하네요
아, 떡을 팥물에 삶는군요
(영상자막)가강위 단팥죽집 2대
그래야지 떡의 맛과 간이 잘 배요
그래서 이제 그냥 물에 삶는 떡과 팥물에 삶는 떡은
그거는 다른 세 개의 떡이에요
떡을 팥물에 삶아내는 것이 신의 한 수
아니죠
어머니의 한 수랍니다
그 사이 또 밤을 한 솥 찌셨네요
밤 까는 일은 오롯이 어머니 왕사장님 몫입니다
(영상자막)김은숙 단팥죽집 1대
밤 까느라고 오랜 세월 깐 거죠
칼이 원래는 반듯했는데 이렇게 변해가요
닳고 닳아 날이 뭉툭해진 칼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건
어머니의 단팥죽에 어머니의 인생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제가 12살에 6.25 전쟁 났거든요
피난 가니까 부산 광복동 거리에 어머니가 사주는 단팥죽을 한 그릇 먹게 됐거든요
뚜껑을 탁 열어보니까 냄새도 근사하고 아주 너무 훌륭했어요, 제 어린 생각에
그런데 먹어보니까 맛도 그냥 너무 좋았던 거예요
저는 그걸 지금까지 잊어버리지 않아요 그날 먹은 그 단팥죽
그래서 항시 저한테는 제일 맛있는 음식이 단팥죽이었어요
12살 소녀가 피난길에 만난 단팥죽 한 그릇의 기억
어머니는 그 기억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어머니의 삶이자
아들의 자랑인 단팥죽
세상 호사스러운 그 한 그릇이 완성됐습니다
정성을 담아서 단팥죽을 만드신 것 같아요
떡이 진짜
갓난아기 주먹만 하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여가 연탄난로를 피웠는데
연탄이 겨울에 추워요 발이 시렵고 팥죽도 얼어요
그랬죠
근데 늦은 겨울에 손님이 막 문을 두들기면서요
한 그릇만 먹고 가게 해달라고 하는데
둘이 커플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래도 해줘야지 하고
들어와서 단팥죽을 두 그릇을 팔았는데
먹고 나더니 너무 맛있대요
그게 맛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 추운 겨울에
그래, 너무 고맙다고
아주머니를 위해서 우리가 노래를 한번 불러주고 가겠다고 추워 죽겠는데
또 노래까지 한대요
그래도 나도 고마워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둘이서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거 저는 지금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어머님이 끓여주신 단팥죽으로 생각하고
다시 얼굴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하지요
그날 그 행복한 기억의 주인
누군지 저도 뵙고 싶네요
어머님이 꾸준히 이것을 정말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자랐어요
뭘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뭘 지키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집에 대한, 부모님에 대한 그리고 부모님이 오래 해온 거에 대한
그런 자부심, 그런 긍지, 그런 게 있어야지만
이것이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거지
이게 꾸준히 지켜나간다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이제 제 앞으로 10년, 20년, 30년을
여기에다가 담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 점에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가 만들고 아들이 이어가는 이 작은 단팥죽집에는
달콤한 추억이 쌓여갑니다
추억이 쌓여갑니다
(영상자막)
청계천 베를린광장
어둠이 내린 도심에서 낯선 장벽 하나를 만났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서울에 베를린 광장이 있었네요
독일 베를린시가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 일부를
서울에 기증해 세웠다는데요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을 마주하고 서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저 장벽 너머 아름다운 북역까지
동네 한 바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죠
누군가는 청춘을 바쳐 추억을 지킵니다
누군가는 대를 이어 자부심을 빚죠
그래서 인생은 더 달콤해지고
기억은 더 찬란해질 겁니다
우리의 행복한 기억이 언제나 이어질 이곳은 서울입니다
방송에 소개된 명소를 찾아 인증샷과 소감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영상자막)
해발고도 1,084m
비슬산에서 시작하는
대구 달성 한 바퀴
터져요! 펑!
(영상자막)
오일장 분위기 살리는
뻥튀기 기타맨
(영상자막)
무려 4대째
가업을 잇는
삼 형제 손칼국수
어머니 말씀으로는 삼형제가 한다고 그래요
진짜 맛있네요
(영상자막)
김이 모락모락
추억의 간식
빵떡 맛의 비밀
이 동네에서는 술빵을 빵떡이라고 그러는군요
진짜 맛있다
(영상자막)
제 101화
마음이 넉넉하다
- 대구 달성군
기분이 좋을 때는 조각을 쓱쓱 해도
딱 보면 웃는 표정이 딱 나와요
근데 잡념이 있다 그럴 때는 그 표정이 안 나올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