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어쩌다 하루> - 어쩌다취준행(신혼부부주거지원)
그래 나 취준생이다 취준생!
그래 나 취준생한테 얹혀사는 기생충이다
좀 생긴 기생충
사랑하는 이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달리는 레이스 인생
그러나 가끔은 내가 맞는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건지
불안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삶의 여정
수많은 의문과 불안에도 삶은 계속 된다
쭉!
혹시 준생이?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지금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사치다
누나...
알아봐줘서 고마워 사실 나 30대 되고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어?
너 번호 따려고
어, 어, 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재 나는 생각한다
취업도 하지 못한 지금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치라고
준희한테 들었는데
너 아직 취업 못했다며
누나는 그런 소리를 해
취업 못한 게 아니고
그냥 안 한 거지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하긴 너 어릴 적부터 선택해야 되면 하나도 못하고
되게 신중했잖아
내가 그랬었나?
버스 온다
나 갈게 꼭 연락해 이번에 신중하지 말고
밥 사줄게
고등학생이었던 그때, 취준생인 현재
나는 아직도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다
그 무엇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없다
여전히 사랑이 사치인 내 앞에 수지가 다시 나타났다
어준생님, 어준생님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입니다
아 깜짝이야
너 어디 아프냐?
아휴 내가 꿈꾸고 있나 이거
아니요
당신은 지금 막 꿈에서 깨어나셨습니다
이제 당신의 진짜 인생을 살 차례입니다
진짜 인생이요?
야 방인아... 나 공부해야 되니까 밖으로 좀 나가줘
음 아니요 전 당신이 꿈속에서 만난 방인이가 아니라
당신의 수호천사 양소유라고 합니다
꿈속이요?
네 당신은 아주 긴 시간동안 잠들어 있었어요
당신은 잠자는 동안 꿈속 삶을 진짜라고 이들에 살아왔죠
대학 입시와 취업이라는 난관 앞에
많은 것을 포기당했던
그동안의 내 인생이 전부 꿈이었다고?
야 장난치지 말고 배고프니까 라면 끓여와
여보, 라면 불어요 빨리 와요
방금 뭐야?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것이 당신의 진짜 인생이라고
이제 꿈에서 깨어나 진짜 인생을 살아보세요
당신을 내가 부르는데 대답도 안 해?
저는 준생님의 천사여서 준생님 눈에 밖에 안 보인답니다
제 덕분에 꿈에서 깨어나셨으니까
인생에 주는 행복을 한번 누려보세요
여보
아.. 내가 아직 잠이 덜 깬 거 같아
아~ 알았어 빨리 나와
왜? 먹지마?
어? 아, 아니.. 우리 결혼했지?
응?
와.. 원래 인생보다 좋네
뭐가 좋아?
어? 아이, 누나.. 아이, 너
신혼인데 이런 거 티내지 말라 그랬잖아
그랬었나?
내가 어릴 적 꿈꾸던 인생이다
그냥 나는 이런 평범한 것을 꿈꾸었다
평범한 직장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우리 부모님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취준생인데
인생에서는 먼 꿈만 같던 인생 당신은 이상하다?
이상해? 아니, 내가 행복하니까
그러지 뭐 그냥 여기서는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고,
취직도 했고
내가 모든 거 다 했잖아
이거지 이게 바로 내 인생이지
뭐야 이거 얼른 설거지 다 하고 와 알았지?
알았어 자기야
저기요 수호천사님
이미 꿈속에서 경험하셔서 아시겠지만,
이제는 그냥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인생에는 단만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암요 암요 제가 잘 알죠 인생이 쓰디쓰다는 것을
그래서 제가 준생님 곁에서 준생님을 지켜드리려고 해요
아무리 써도 취준생 인생만큼 쓸까요 저는 괜찮으니까
그냥 이제 그만 들어 가세요
저도 약간 부담스럽습니다 이제
준생님께서 정 부담스러우시면...
숨어서 지켜볼게요
후로
오랫동안 달콤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마음껏 사랑하고 누군가와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고
외롭고 불안할 때면 서로를 위로하며 취준생이였던 인생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인생의 단맛을 제대로 느꼈던 것이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자기야?
누구세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 아니,
아니, 저..
방인아, 아 아니 수호천사님! 저 좀 도와주세요!
아니, 이 사람 대체 누구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뭐, 뭘 줘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아, 선생님 제가 지금 당혹스럽군요
수호천사님, 저, 저 누구야? 지금
내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데 좀 도와줘요
그분은 준생님의 장인어른이십니다
예? 장인어른?
결혼 할 때 집을 구할 돈이 모자랐던 당신은
처가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셨던 장인어른께서 돌아오셨으니
넌 내게 떫은 감을 줬어
처가살이가 쉽지는 않겠지만
준생님 힘내세요?
넌 나에게 만족감을 줬어
어떻게 인생이 달기만 하겠어요?
난 너에게 빨래감을 주었어
열심히 돈 모아서 집 사서 분가하시면 되잖아요
야, 너 현실도 모르는 소리 하지마 집값이 얼만데
언제 돈 모아서 신혼집을 구하냐고
한 푼두 푼 모으면 언젠가는 분가할 수 있습니다
야, 너는 천상과 머시긴가에서
인간이 태어나서
살집을 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지?
한 10년쯤 걸릴 걸? 뭐 10년이 뭐냐?
요즘 집값 올라가지고 아직 평생 못 살지도 몰라
그럼 뭐 평생 처가 살이하십시오
저기요 수호천사시라면서요
수호천사면 제가 행복하게 좀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전세를 구해서 분가하면 되겠습니다
아, 요즘 전세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야
그리고 결혼하느라고 결혼 자금도 다 써버려가지고
전세 보증금도 없단 말이야
대출이라도 받아야 되나
신혼!
신혼부부 주거 지원! 모르는 건 검색을 해보십쇼
여보 뭐해?
신혼부부 죽어지원?
신혼부부가 왜 죽어?
그러게?
집이 없어서 죽나?
여보 어디 아파?
아니 그게 사실
신혼집 알아보고 있었어
자기랑 같이 둘만 있을 그런 신혼집 구하고 싶어서
신혼부부 주거지원 아니야?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이야 진짜 이런 게 있었네
당신 정말
나랑 둘이 있고 싶구나
그럼
안 본 눈 삽니다
와 정말 이런 지원 받을 수 있다니
진짜 꿈만 같아요
자기야 우리도 신혼부부
주거지원으로 대출 받으면 신혼생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치?
아 근데 저희가 사실 돈이 얼마 없어서
저희가 지금 아빠 집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 얼마 정도까지 대출이 가능할까요?
저희가 임차보증금과 연소득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는데요
최대 2억까지 가능하세요
2억이요?
대박! 진짜 많이 준다
근데 조건은 되게 좋은데 중요한 건 이자잖아요 이자가 좀 많이 비싸죠
서울시에서 거주하시는 신혼부부들한테 혜택을 주기 위해서
서울시에서 이자의 일부를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자가 굉장히 저리로 저렴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2억을 받으시고
실적으로 3 %의 이자가 나오시면
대부분 월 이자가 한 50만 원 정도 나오시는데요
실제적으로는 납부하셔야 되는 건
한 25만 원 정도 납입이 되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혹시 두 분 아이 있으세요?
아이요?
저희 아직 신혼부부여서
만약에 자녀분이 있으실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이자를 감면해드려요
그래서 만약에 자녀가 한 분 있으시면 0 .2 % 감면
두 분 있으시면 0 .4% 자녀가 3분 이상 되시면 0 .6 %까지도 추가 강연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우리 빨리 낳을까?
세쌍둥이?
오늘 노력해볼까
죄송해요
주책이야 진짜
감사합니다!
아, 어떻게 이런 행운이 있냐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같이 있을 생각하니까 너무 좋다
우리 신혼집으로 이사하면 뭐부터 할까?
일단 우리 스타일로 좀 뭔가 바꾸고
준생아 너 준희한테 들으니까
아직 취업 못했다며
이번엔 신중하지 말고 꼭 연락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취준생이 물었다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그 누구도 답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나의 마음뿐이라는 것을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이루기 힘들 것 같은 달콤한 꿈을 형,
형 일어나봐
형 일어나봐
아, 아, 아, 아 천천히 해, 왜?
잠에 취했네, 취했어
아니 뭐야? 뭐 다 꿈이었어?
무슨 꿈인데 울기까지 해?
아니 뭐, 고딩 때 내가 혼자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거든
그 여자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그런 꿈이었는데
아니, 아니 진짜 생생해서 현실인 줄 알았거든
형은 결혼이 하고 싶은가 보네
아니, 난 별로
아 그거 돈도 많이 들고
아, 오늘 내 친구 결혼했다 했잖아
걔도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출로 좋은 조건으로 대출 받았다는데
대출은 대출이라는 건 별로
아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주거지원? 아니, 그게 리얼 현실이야?
어? 나 이거 꿈에서 봤어
수지랑 은행 가서 대출 상담도 받았어
내가 수지라 은행에서 이걸로 대출 받아가지고
행복하게 신혼집 얻어 살려고 그랬는데
거기서 꿈이 깬 거야
에휴 내 주제에 무슨..
형 전화 받아
귀찮아
여보세요
나야 수지 니가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또 나한테 연락을 안 할 것 같아서..
어... 누,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