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어쩌다 하루> - 어쩌다모퉁이(창신동)
모퉁이마다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는 동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
오랜 역사와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낙산 아래
첫 동네 창신동으로 떠나봅니다
낙산 성곽길 아래 위치한 서울의 한복판에 있지만
고즈넉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걷기 좋은 명소로 손꼽힌다는데요
지금부터 창신동 구석구석을 저와 함께 가보시죠
창신동이구나
여느 동네 비슷하게 사람 사는 풍경들로 가득한 창신동
그런데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오토바이가 많죠?
바로 이 오토바이 부대 사방팔방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에
잠시 혼이 쏙 빠졌습니다
도가씨 안녕하세요 창신동에 오늘 처음 왔는데
그런데 골목에 오토바이들이 너무 많이 지나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왜 그런지
너무 궁금해서요 이 오토바이로 가는 이유가
공제공장이 많다 보니까
전부 리듬으로 굉장히 열심히 다들 일을 하고
계시는 거군요
창신동의 좁다란 골목길에서 근처의 동대문시장으로
그리고 다시 창신동으로
시간에 맞춰 옷을 배달하기 위해선
오토바이가 필수라고 하네요
약국을 가운데 두고 왼쪽과 오른쪽 길이 있어요
골목 구경을 하다
마주친 창신동의 어느 모퉁이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는데요
오늘은 왼쪽 길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모퉁이를 돌아 들어간
골목길에선 어릴 적
향수를 마주할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곳은 창신동을 대표하는 봉제거리로 크고
작은 봉제공장만 무려 천여 개
창신동 주민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있죠
언젠가 입었던 제 옷도
여기서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기분이 참 묘하네요
한번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쩌다 이런 일들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거든요
하다 보니까 천직이 된 것인 것 같기도 하고
몇 십 년 되신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어디 있어요
36년? 36년 좀 넘어요 정말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창신동에 살다 보니 봉제일을 하게 됐고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렀답니다
여름에 입으면 너무 예쁠 것 같아요
약간 미니스커트로
1961년에 탄생한 동대문 평화시장을 시작으로
산업화 시대를 거쳐서
이곳은 아직도 쉼 없이 재봉틀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IMF도 있고
뭐 이렇게 경제적으로 잠깐씩 어려운
고비고비 있을 때 이 기술은 밥 먹는데
지장이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남편이 조금 힘들어도
내가 옆에서 도와주면 그냥 그냥 지나갈 수 있고
그렇다고 내가 풍족하게 사는 건 아닌데
그냥 열심히 사니까
사실 창신동이 아파트 숲이 아닌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건
주민들 스스로가 뉴타운 도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랍니다
덕분에 창신동은 기존의 것을 지키며 새롭게 변화했고
지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생가도 되살리며
지속가능한 변화를 택했다는데요
마을 꼭대기에는 봉제업의 상징인 골무 모양을
본뜬 건축물이 들어서
별다른 쓰임 없이 방치되던 공간을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놀이공간으로 탄생시켰다네요
사람들도 다른
지역에서 되게 많이 놀러오시는데 이 창신동
주민들은 그걸 되게 신기하거든요
사실 왜냐하면
여기는 옛날 때부터 창신동 주민들만 놀아다니니까
아무래도 젊은 애들이 약간
견학같이 오는 것도 되게 긍정적으로 생각되고
좁은 비탈길을 오른 지 10여 분
골목길과는 또 다른 매력인 성곽길을 만났습니다
태조 이성계 시절 만들어진 한양도성
바깥길에 자리한 동네 고즈넉하고 참 좋습니다
좋다 좋다 좋아 수많은 비탈길을 걷고
또 걷고 경사가 굉장히 가파르네요
쉽지 않은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미소를 잃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창신동에서
가장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두구두구두구두구 준비 됐어요
우와 저 멀리 동대문시장을 비롯해서
서울의 도심부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반대편에 보이시는 곳이 숭인동의 동망봉이라는 언덕입니다
그래서 낙산하고 이어져 있는 언덕인데
저쪽 동망봉하고
여기 단꼬개, 이 일대가 일제강점기
최석장으로 쓰였던 곳이죠
지금 서울 시내 안에 있는 일제시대 동방봉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운반비 절약을 위해
이곳 낙산을 채석장으로 만들어
조선총독부와
지금의 서울역인 경섭역을 짓는 데 사용했습니다
어쨌든 아픈 역사가 설여있는 곳인데 이 위에다가 이렇게 동네를 짓게 된 계기는 뭐였을까요?
[영상 내 자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우리의 역사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이곳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를 보며
잠시 사색에 잠겼습니다
잠깐 동안 느껴본 힐링의 시간을 뒤로하고
혹시나 지나친 곳은 없는지
아쉬운 마음에 창신동 골목길로 다시 걸어내려 왔습니다
너무 재밌는 그림이 있어요
메이드 인 창신동 모나리자 같은데
통통한 모나리자가 창신동을 나타내는 그림이죠
이게 지금 다림질을 이렇게 하고 있었어요
다림질을 하는 모나리자를 보고 있으니 창신동 봉재골목만의 자부심이 절로 느껴지네요
창신동에서 봉재 일이란 단순히 생계가 아닌
과거 지역 경제를 이끌어온 심장보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념하고자 2018년 봉재골목 끝자락에 봉재 역사관이 문을 열었다는데요
1960년대 그때 그 시절부터 산업화 시대에 쉼없이
일했던 봉제사들의 땀이 고스란히 뵌 흔적까지
이곳은 국내 봉제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늘 봉제 역사관 처음 왔는데 궁금해서요
작은 조각들이 이어져서
하나의 옷으로 완성품으로 만들어지잖아요
그것을 또 피어난다라고 표현을 해서
서로가 서로가 손을 잡으면
또 이런 사회관계가 형성돼서
소통과 이런 관계가 피어난다는 이은피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봉제역사관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역사관의 이름처럼
요즘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네요 이 역사관에는 직접
봉제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직접 단추와 원단을 골라 싸게 단추를 만들어보는 것부터
내가 원하는 문구를 넣은 키링 만들기까지
안 해볼 수 없겠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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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하루로 새겨주세요
디지털 기술로 자수를 새기니까
시간도 오래 안 걸리더라고요
신기하죠?
예쁘다
원하는 색의 실을 골라 문구를 정한 뒤
기계로 새겨지는 자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키링의 매듭을 단단히 고정해주면
저만의 키링이 완성됐습니다
[영상 내 자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거 선물해 주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정성이 가득한 정말 일석이조 삼조네요
여기 크고 작은 봉제 공장만 수백
개인 창신동
봉제 산업이 한창 활발할 때는 골목골목마다 자투리
천을 수국이 담은 쓰레기 봉장장
그런데 이런 자투리 천들을 그냥 버리지 않고
멋진 작품들로
재탄생시킨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공감과 공유,
공생을 모토로 탄생한 이곳은 창신동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을 활용해
아이디어와 실용성을 겸비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를 열어보시면 조각?
그런 것들을 대신해서
조각 원단들이 쿠션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이쁘다
이건 셔츠하고 에코백 같은데
이건 어떤 거예요?
저희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로 디자인 제품인데요
제로 디자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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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셔츠부터 생산 단계부터 버려지는 원단이 없도록 디자인된 제로
웨이스트 앞치마
에코백으로도 마음에 쏙 들었는데
버튼을 하나씩 열어보니까
독특하고 멋스러운 앞치마로 변했습니다
와 정말 아이디어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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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에 이어 이번엔 머그잔 만들기에 도전
크레용으로 직접 글귀를 써봤는데요
제가 손재주는 없지만
또 이렇게 만드는 건 참 좋아한답니다
전용 풀과 물을 이용해서 머그잔에 붙여줍니다
준비된 머그잔은 전용 오븐기에서 약 140도로
20분 정도 구워주면 된다는데요
어떤 머그잔이 완성될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키링에 이어 창신동에서 만든 두 번째 작품
어머나 저는 창신동이라고 하면
그냥 예스러운 동네라고만 생각을 했는데요
아까 갔었던 봉제의 역사관이나 그리고 전망대
그리고 광장대
장소 공공공간까지 새로운 문물들이 많이 들어오고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생겨서
훨씬 더 이 동네가 풍성해지고 발전하는 것 같아요
정말 가족끼리 나들이 오시기 정말 좋고요
특히 이곳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이런 거 만들어 보시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선물도 받고
기분 너무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 둘러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습니다
하지만 창신동의 하루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네요
늦은 저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봉제사들
고된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곁을 지켜주는 건
영화 보셨어요?
가족의 탄생 바로 라디오랍니다
라디오는 봉제골목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벗이라는데요
그래서 탄생한 창신동
라디오 방송국 정식 주파수는 없지만
창신동 주민들이 직접 대본도 쓰고
출연도 하는 자체 방송국이라네요
정말 대단한데요
제가 가족을 주제로 하면서 가족에 대한 명언이 있나
찾아봤거든요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냥 제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봤습니다
왕이거나 일개 농부이거나
가정이 평화로운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저도 이 말에 엄청 엄청 매우 공감합니다
각자 정한 주제로 본인이 직접 쓴 글을 읽어보는 시간
어쩌다 라디오 방송국이 탄생한 걸까요?
처음 시작은 되게 소박했어요
우리가 어디 멀리 가서
돈과 시간을 들여가 취미생활을 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 동네에서 소박하게 아름다운 바람
한 줄기 불 수 있는
그런 활동하자고 생각하고서 활동을 시작한 거예요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스스로 소통하며
더욱 단단해져가는 창신동 봉제골목 사람들
창신동은 살아 움직이는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이날 날씨는 무척 추웠지만요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따뜻한 봉제골목에서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