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특강] 다양한 삶의 자취, 디딤돌이 되다 - 에스페란토어란 무엇인가(한국에스페란토협회 명예회장 이영구 교수)
(영상자막)디딤돌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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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봉사단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로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쌓은 참여자들의 봉사 활동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와 함께하기 위해
강연과 인터뷰 등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외국어 대학교 중국어 대학 이영구 명예교수입니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디딤돌 클라스에 에스페란토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생활을 하던 1970년대
초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암울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위수령을 발동하여
학교에 군인을 주둔시켰으며
무기한 휴업령과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도 해산시켰습니다
또한 유신헌법을 강행하여
장축재관에서 대통령을 간선제로 뽑았으며
긴급조치권을 발동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속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후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인간다운 세상을 맞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코즈모폴리타니즘에 관심을 갖던 중
우연히 게시판에 붙어있는 에스페란토
무료강수 포스터를 보게 되었는데요
자국인끼리는 모국어를
외국인과는 에스페란토를 사용하자는 일민족
이연호주의가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장차 개방된 미래 사회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낯선
외국인과 어떤 언어로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에 대하여
호기심이 많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76억 명이
물경 6809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는
각 민족이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자연어와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어로 크게 양분할 수가 있습니다
자연어 중에는 약 2만 명
이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른바 소수
언어가 4천여 개에 달하는데요
이는 전체 언어의 3분의 2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20여개의 소수
언어가 매년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따라서 유네스코에서는 소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하여
매년 2월 21일을 국제 모국어의 날로 정하고
소수 언어와 문화 알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UN 세계 인권 선언도
인간은 언어의 차이로 인하여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인공어는 약 700개가 되는데요
이들은 창조어,
모방어, 혼합어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창조어의 대표적 언어는 19세기
프랑스의 음악가인 프랑스와 수드레가
1817년에 만든 솔레솔입니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7개의 계명을 이용하여 음악적 언어를 만들었지만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모방어의 가장 대표적인 언어는 1887년
폴란드의 안과 의사
자미노프 박사가 창안한 에스페란토입니다
혼합어는 창조어와 모방어에 혼합된 형태인데요
독일의 요한
마틴 슐레어 신부가 1879년에 발표한 볼라피크입니다
문법은 고대 그리스어를 모방하고
어휘는 인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학습에 곤란함을 겪었습니다
이들 인공어 중에서
국제교류에 가장 적합한 언어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바로 자메노프 박사의 에스페란토입니다
에스페란토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먼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11장 1절에서 9절까지에
인간들은 자신의 힘만 믿고
하늘까지 닿을 수 있는 높은 탑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느님은 노하여
인간들을 징계하기 위해 사람들을 사방으로 보냈고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게 하였다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후 세상
사람들은 온 땅의 언어가 하나여 말이 하나였다
라는 성경 구절처럼 한가지 말을 사용하면서
이전처럼 평화롭게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바벨탑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도전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자미노프 박사입니다
그는 1887년 7월 26일 에스페란토를 발표합니다
에스페란토라는 이름은 제1소로 불리는 국제어
서문과 완전교제를 러시아로
처음 출판하면서 쓰였던 그의 필명
에스페란토 박사에서 유래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필명
즉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에스페란토를
언어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자멘오프는 1859년 12월 15일
폴란드 동쪽의 작은 마을
비아리스톡에서 오남산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비아리스톡은 재정 러시아의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그곳에 살던 폴란드인, 독일인 및 유태인들은 모두
러시아인의 지배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는 길거리나
시장터에서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싸우는 어른들을 보고서
만약 같은 말을 사용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고
느꼈던 생각을 평생
견지에 나갈 수 있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는 세상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언제나
인간의 언어였다고 수려했습니다
18살 때 링그베
우니베르살라라는 국제어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바로 그 무렵
모스코바 의과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된
그는 이 원고를 아버지에게 맡기고 떠납니다
그러나 얼마 후 집안
경제 사정이 어려워
더 이상 모스코바에서 공부를 지속할 수 없어서
바르샤바로 돌아왔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원고를 소각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합니다
1886년 바르샤바에서 안과를 개업할 당시 클라라
질베르니크라는 여성을 만나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하여 그녀에게 말해줬지요
그녀는 당신은 도움을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라고
응답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결혼지참금으로 제1서를 자비로 출발합니다
그는 내 몸과 피 속에 있는 나의 이상을 버릴 수 없다
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라고
당시의 심정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표현했습니다
에스페란토는 아내의 지참금 대부분을 소진시켰고
1889년에는 동전 한 입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와 자식을 처갓집으로 보내고
혼자 러시아 남부지방에 있는 케르손에 개업을 했지만
환자 수가 적어 점심을 거른 적도 있었는데
이런 사정은 아내와 친지들도 알지 못했다고 하죠
1901년에는 바르샤버로 돌아와
가난한 환자들로부터 적은 금액의 진료비를 받으면서
매일 30
-40명을 치료했다고 하는데
그는 그것으로나마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되어 만족했다고 합니다
1914년 파리에서 열리는 제10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석하려고 국제열차를 타고 가던 중
열차 안에서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소식을 듣고서
국경을 우회하여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요
이때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병원 일을 안과 의사인 아들 아담에게 맡기고
에스페란토 번역 작업을 하다가
1917년 4월 14일
57세의 일이로 바르샤바에서 서거했습니다
이처럼 지구상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파란만장한 시련 속에서 삶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에스페란토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1887년에 에스페란토가 발표되었고
1905년에는 제1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프랑스의 브루누
슈르메르에서 688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는데요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습니다 라고 하는
자멘오프의 말은 이 언어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지요
1908년에는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가 설립되었고요
1954년에는 유네스코와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 사이에 협의 관계가 체결됐습니다
그리고 1985년에는 UN 회원국들이 에스페란토를 학교
교과 과정에 추가하도록 권장한 두 번째
유네스코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1987년에는 에스페란토 발표
100주년을 맞아
제72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자메노프의 연고지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6
,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주일간 개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스페란토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습니다
1906년에
고종황제가 에스페란토를 학습하였다는 기록이 있고요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0년 전인 1920년 조선
에스페란토협회가 창립되어
올해가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창립 100주년의 해가 되죠
1994년에
제79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되었고
2017년에는 제 102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한국외국어
대학에서 열리는 등
에스페란토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과 열정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죠
에스페란토의 글자는 모두 28글자로 로마자를 사용합니다
일자 이름의 원칙에 따라
모든 글자는 소리나는 대로 적고
적힌 대로 소리를 냅니다
도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어미만 보아도 품사를 알 수 있는데요
어미오를 붙이면 명사 암호가 되고
어미아를 붙이면 형용사 암하가 되며
어미에를 붙이면 부사 암해가 됩니다
또한 동사칙설법은 현재형 아스
과거형 이스 미래형 오스를
이를테면 미아마스 빈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미 아미스 빈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미 아모스 빈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처럼 어미를 변화시키면
현재, 과거, 미래 시제를 나타낼 수 있게 됩니다
에스페란토의 주요한 특징
세 가지를 살펴보면
어느 특정 민족, 나라,
종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중립적입니다
간단한 16가지의 문법 규칙만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언어보다 배우기가 쉽습니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2시간 만에 이해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해낼 수가 있습니다
성경이나 색스피어와 같은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노벨 문학상 후보자도 있었습니다
에스페란토는 133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행, 의사교환,
언어교육, 무역 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오늘날 약 200만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대화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 약 3천명은
에스페란토를 사용하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모호화자로
그야말로 에스페란토가 자신의 모호가 되는 셈입니다
아래 사진은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과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화상회의를 하는 장면입니다
자메 노프는 인간의 자유로운 상호소통과
이해를 가로막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자신의 일생을 바쳤을 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 말과 마찬가지로
국제와 에스페란토는 사회의 재산이며
저자인 나는
이에 대한 모든
개인적 권리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인류는 형제이며
인류는 종족이나 종교의 다름을 넘어 하나가 되어야 하고
에스페란토가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하나의 커다란 가정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프랑스의 과학소설
개척자인 쥘베르는
바벨탑에서 잃어버린 공통언어의 열쇠는
에스페란토에서 되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움
츄옴스키는 한 언어가 태어나 100년간 생존하며
사용된다면 그것은 이미 인공어가 아니고
자연어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바벨탑의 전설에 착안한 시골 마을의 조그만
소년의 생각과 꿈이
오늘날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당장 국제적 안목과 감각은 물론이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배워
세계 평화와 인류의 시련에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