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특강] 다양한 삶의 자취, 디딤돌이 되다 - 여성문화예술 운동가의 길(이혜경 여성운동가)
(영상자막)디딤돌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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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봉사단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로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쌓은 참여자들의 봉사 활동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와 함께하기 위해
강연과 인터뷰 등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영상자막)[나의 길: 여성 문화 예술 운동]
이혜경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혜경입니다
오늘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디딤돌 강의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너는 누구냐? 만약 나 스스로 자문한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영상자막)주요 약력
?(사)여성 문화 예술 기획 대표
?(사)여성국제 여성 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직위원장, 이사장
?(사)여성 문화 예술 기획 이사장
나는 여성문화예술운동가라고요
이런 자기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한국사회에서 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이것은 매우 낯설게 들리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자신을 운동가라고 말하는 일도 드물 것이고
거기다 여성운동가도 아니고
여성문화예술운동가라고 하니까요
최근까지 제가 가졌던 명함에는 물론
여성문화예술운동가라고 쓰여있지는 않습니다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계획 대표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직위원장 혹은 이사장으로
이제 다시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계획 이사장입니다
이것은 제 공식적 직함이었죠
제가 이런 공식적인 직함을 위해서
걸어온 길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면
여성문화예술운동을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람들을 조직하고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적 실천을 하면서 만들게 된 단체
혹은 조직이며 직관인 것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즉, 몰입을 잘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연극놀이에 빠져들고 음악 듣기도 좋아하고
책 읽기도 아주 좋아했어요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함께 놀고
혼자서도 중얼거리고 연극을 하고
무언가에 늘 빠져 있었죠
또한 사람 사는 세상에 관심도 많아서 차별,
불평등, 불합리함에 매우 민감하였고
세상을 관찰하고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모험, 탐험을 좋아해서 서울 곳곳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으로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오늘은 종로,
내일은 답십리, 모레는 흑석동,
마포 등등 이곳저곳을 다니기를 좋아했습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내가 여자다,
여자인 게 불편하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각과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뭔가 위험한 것,
조심해야 하는 행동이 요구됨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그때부터는 밖으로 돌아다니기보다는
집 안에서 책을 읽는 것밖에는
다른 즐거움은 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여자라는 것에 대한 자각,
불편함, 불평등, 사회 정의에 대한 민감함,
문화 예술에 몰입하기 좋아함
그것은 나의 모습이었고
이것은 그대로
청년 이후 지금까지 나의 일과 삶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자 그럼 제가 해온 여성문화예술운동은 무엇일까요?
운동, 무브먼트란 움직임입니다
한 사회에서 운동이란 지금의 현실과 다른 변화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며
집단적 자각과 함께하는 움직임입니다
자각, 집단, 변화, 움직임이 키워드입니다
즉 변화를 위한 인식,
자각, 토론,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가 잘 압니다 연극, 영화,
미술, 춤 등 다양한 장르가 있고
늘 새로운 형식과 예술
언어가 창의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메시지가 있기도 하고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기도 하고
감성을 건드리고 소통하고 공감을 얻고자 합니다
또한 사상과 세계관을 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성은 누구일까요?
생물학적 여성이면 다 여성일까요?
생물학적으로 여성, 남성 두 개의 성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저는 공연을 할 때마다 혹은 전시회를 열 때
혹은 해마다 여성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지금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여성은 누구인가
어떤 여성인가를 늘 새롭게 토론하고자 하였습니다
미국 역사를 100년도 채 못 거슬러 가도
흑인 여성은 여성으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여성이 제2의 성으로 취급받고
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절
흑인은 여성도 아니었습니다
흑인 여성 운동가
소조노 트루스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라고 절규하였습니다
그녀는 흑인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여성이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여성의 마음,
태도,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등도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늘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질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누가 여성인가?
어떤 맥락에서 누가 여성이라고 불리는가?
여성학은 늘 여성은 누구인가를 질문합니다
어떤 맥락에서 아줌마, 할머니,
엄마는 여성을 호명할 때 배제되는가?
어떤 맥락에서 젊은 여성이 여성으로 호명되는가?
누구의 시선으로, 누구의 욕망으로? 여성이 정의되고 있는가?
여성은 하나의 여성이 아닙니다
매우 다양합니다
사회적 맥락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호명됩니다
여성 운동가이자 영화학자 영화감독인 시네패미니스트 로라
멀비는 그녀의 유명한 논문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를 통해
영화는 오랫동안 남성의 쾌락에 종사해왔다고 말합니다
남성 감독에 의해 남성의 시선, 남성의 욕망,
남성의 쾌락의 대상으로 여성이 남성은 보는 자,
쾌락을 행하는 주체로
여성은 보이는 자, 쾌락의 대상으로 존재해왔다고 말합니다
멀비의 영화의 시각적 쾌락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남성
중심주의적 시선에 대한 폭로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성 관객들의 경각을 요구하는데요
이는 곧 다른 시선
여성의 시선으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자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2년 여성의 시선으로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을 기획
제작하고자 여성문화예술인 전문가집단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기획 제작한 작품은 입니다
약 100년 전 버지니얼프의 에세이가 원작입니다
이를 오늘날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하여
연극 공연으로 올리게 된 것입니다
당시 포스터 카피는 본격 페미니즘 연극 선언 여성들이여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라
아버지의 집도 남편의 집도 나의 집은 아니외다였습니다
자기 자신의 생각,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방은 여성의 독립과 주체성을 위해
그리고 창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1997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를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See the world
through women'S eyes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후 여성영화제는
올해까지 22회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성이 주도하는 영화판 속에서
여성의 시선이 자리 잡고 성장하게 하였고
상업 논리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영화
산업 속에서 대중문화의 공공성을 만들어냈습니다
공적 영역의 여성의 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연극도 만들고 미술제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영화제도 하였고
여성의 시선으로
과거의 문화와 오늘의 문화를 재해석하는
여성문화예술기행도 40회 하였습니다
연극, 문학, 미술 여러 장르에서 의문화정치학,
영화읽기, TV드라마읽기
등 수많은 프로그램과 사업을 3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기존의 남성중심적 문화와 다른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 주체의 여성 문화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그간 공적 영역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여성 주체의 여성 문화를 존재하게 하였고
가시화 시켰습니다 그것은 부드러운 혁명의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독일 유학 당시
박사 과정을 위해서
사회학과의 어떤 교수와 면담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연극과 축제의 사회적 기능으로 박사
논문을 쓰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는 매우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겁니다
연극이, 축제가 사회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것은 기존 사회를 유지시키는
보수적 기능만 할 뿐입니다
브레이트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마 유럽,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당시 유행하였던 68세대,
68혁명의 세대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큰 좌절을 겪은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아직 젊었고
많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연극이, 영화가,
축제가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이죠
우리는 여성의 시선, 여성의 감수성, 여성의 경험,
여성의 몸으로 작품을 만들고 소통하였습니다
작품들과 더불어 토론도 하였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워크샵, 포럼,
국제심포지엄의 형태로 서로를 이해하며
같은과 다름을 알았고
자신과 타인 세계에 대한 이해풍을 넓혀갔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새로운 영역,
새로운 문화를 존재케 하였습니다
여성문화를 공적 영역에 존재케 하는 것은 남성
지배적인 문화,
획일적인 문화가 아니라 문화 다양성에 기여한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자기 표현이 들리게 하는 일이고
진정한 민주사회를 이루어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여성과 남성이 다르고
인종 간의, 세대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케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아니라
갈등과 혐오,
공포와 두려움,
배제와 차별의 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는 또 지나치면 사회적 낭비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다른만을 주장하고
벽을 쌓기보다는
같은 공감에 기초한 새로운 커먼센스,
상식을 마련해 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의 시선,
노동자의 시선,
젊은이의 시선,
이주자의 시선,
노인의 시선 모두 다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저는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문화를 만들어 오는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어떤 문제를 세밀히 어떤 위치에서 들어봤다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이 멀리 날면서
전체를 균형 있게 보는
것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공 비행과 고공 비행을 유연하고
자유롭게 하면서
다양한 입장과 시각을 가져보는 것 말이죠
지금 우리 사회는 이것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 주체,
여성의 시선을 중시하는
여성문화예술운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여성문화예술운동이 충분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새롭게 시작하고 분투하는 20,
30대 젊은 페미니스트들과도 이 문제를 충분히 나누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젊은 여성들 덕에
성폭력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성폭력의 문제가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남녀 갈등,
혐오가 깊은 사회 문제가 되는 이 시점에서
보다 남녀 모두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어법과 접근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여전히 문화예술을 통한 여성운동은 매우 유효합니다
부드러운 변화,
부드러운 혁명이 일어납니다
지속적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이 모든 제가 일해온 과정에서
저는 무척 행복했었다는 것입니다
예술과 함께 놀기, 몰입하는 것은 진지하게
자신과 세계를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각고의 노력과
심사숙고함과 진지함과 소통하는 것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와 깊이 교류하는 것입니다
놀자 놀되 제대로 놀자
예술을 통해 놀기
예술가 각 개인의 개성과 세계를 만나며
진지하게 노는 것,
탐구하며 노는 것,
몰입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여러분들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삶이 보다 풍요롭고 고향되고
사회 전체가 그러한 가운데 성장하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